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매미들이 합창을 시작했다.
어제 오후 급격히 힘이 빠졌던 국내 증시도 오늘 아침에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11시 11분 코스피는 7,000선을 코앞에 두고 있었고, 코스닥도 2% 넘게 반등했다.
다만 어제 장중 급등을 보고 한 차례 설렜다가 종가에 현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터라, 오늘은 지수의 높이보다 반등을 만드는 힘부터 살펴봤다.
오전 시장에서 확인한 숫자
오전 11시 11분 기준 시장은 다음과 같았다.
- 코스피 6,991.93, 전일 대비 2.86% 상승
- 코스닥 769.00, 2.38% 상승
- 원·달러 환율 1,467.70원, 0.66% 하락
- WTI 88.13달러, 1.50% 상승
코스피는 장 초반 밀린 뒤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오전 고점에서는 조금 내려왔지만 어제처럼 상승 폭을 한꺼번에 반납하지는 않았다.
7,000선을 잠시 넘는 것보다 그 위에서 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도 코스피는 장중 7,158선까지 올랐지만 종가는 6,797선이었다.
오늘도 장중 고점보다 종가가 진짜 성적표다.

어제와 가장 달라진 것은 기관의 태도였다
오늘 오전 코스피 수급은 외국인 순매수가 중심이었다.
| 투자 주체 | 코스피 | 코스닥 |
| 개인 | -1조3,624억 원 | -628억 원 |
| 외국인 | +1조3,999억 원 | +24억 원 |
| 기관 | -117억 원 | +582억 원 |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오전에만 약 1조4천억 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3조5천억 원 이상을 샀던 데 이어 이틀째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 규모도 중요했지만 오늘은 기관의 매도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더 눈에 들어왔다.
어제는 외국인이 열심히 지수를 밀어 올리는 동안 기관과 프로그램이 반대편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오늘 오전 기관은 코스피에서 117억 원 순매도에 그쳐 사실상 중립에 가까웠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순매수했다. 전날 두 주체가 모두 코스닥을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수급의 방향이 달라졌다.
아직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시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외국인 혼자 뛰는 운동회에서는 조금 벗어났다.
내 계좌에서는 반도체보다 다른 업종이 빨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승했다.
- SK하이닉스 184만5천 원 → 187만7천 원, 약 1.7% 상승
- 삼성전자 26만2천 원 → 26만7,750원, 약 2.2% 상승
두 종목 모두 전일 종가보다 올랐지만 코스피 상승률 2.86%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늘 오전 시장을 반도체가 독주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내 보유 종목 중에서는 전력·조선·방산과 소재 종목의 회복이 더 빨랐다.
- LS ELECTRIC 약 7.4% 상승
- HD현대일렉트릭 약 5.9% 상승
- 현대로템 약 5.8% 상승
- HD현대중공업 약 4.8% 상승
- POSCO홀딩스 약 3.8% 상승
어제까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등이 다른 업종으로 번질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오늘 오전까지의 답은 긍정적이었다. 반도체만 급하게 되사는 숏커버링에서 전력·조선·방산으로 매수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시장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종목과 지수가 3% 가까이 올라도 제자리인 종목의 차이도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손실률이 큰 종목을 무조건 더 사는 일이 아니라, 반등장에서 힘을 보여주는 종목을 구분하는 일이다.
평단가를 낮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최종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평단가는 싸졌는데 계좌는 계속 무거워지는 마법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알파벳 실적은 AI 수요와 비용을 동시에 보여줬다
알파벳의 2분기 실적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수요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설비투자 전망도 1,950억~2,050억 달러로 높아졌다.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된다는 점은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전력기기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좋은 실적이 곧바로 좋은 주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과 현금흐름 부담이 부각되면서 시간외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AI 수요는 분명하지만 시장은 이제 투자 규모뿐 아니라 그만큼의 이익과 현금이 돌아오는지도 따지기 시작했다.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영업이익만 확인해서는 부족해졌다. 설비투자와 잉여현금흐름, 발표 이후 주가 반응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쯤 되면 전업투자자가 아니라 실적 발표 감별사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간밤 미국 기술기업의 투자 확대가 아시아 반도체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흐름은 로이터 글로벌시장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율은 내려왔지만 유가는 올라갔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78원대에서 1,467.70원으로 내려왔다.
환율 하락은 외국인의 환차손 부담을 줄여 국내 주식 매수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틀째 이어지는 데에도 원화 안정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환노출형 미국 ETF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일반계좌의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이 국내 증시 반등에도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 성장 전망이 갑자기 나빠졌다기보다 원화 강세에 따른 환산가치 하락의 영향이 컸다.
IRP에서도 KODEX 200TR은 국내 증시 반등을 바로 반영했지만 미국 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뎠다.
환율은 안정됐지만 국제유가는 다시 부담으로 올라왔다.
WTI는 88.13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중동 해상 운송 불안이 이어지면서 유가는 6주 만의 높은 수준에 접근했다. 로이터 국제유가 보도
WTI가 9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이어가면 기업 원가와 물가, 금리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환율 안정이 주는 긍정적인 힘과 유가 상승이 만드는 부담 사이에 놓여 있다.
오전까지의 판단
오늘 오전 시장에서는 세 가지 변화가 확인됐다.
첫째, 외국인 순매수가 이틀째 이어졌다.
둘째, 기관 매도가 크게 줄고 코스닥에서는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셋째, 반도체에 머물던 반등이 전력·조선·방산과 소재로 넓어졌다.
어제보다 반등의 질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추세 전환을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
코스피가 7,000선을 종가까지 지키는지, 외국인 매수가 오후에도 유지되는지, 기관과 프로그램이 다시 대규모 매도로 돌아서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WTI 88달러도 마음 놓고 박수 치기에는 불편한 숫자다.
오후에 확인할 세 가지
오후에는 다음 세 가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코스피 7,000선의 종가 안착이다. 장중 돌파보다 마감 가격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더라도 프로그램이 다시 대규모 매도로 전환되면 어제와 같은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업종별 회복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LS ELECTRIC,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중공업과 현대로템이 오전 상승을 유지하는지 확인할 생각이다.
현재 판단은 여전히 ‘반등 신호 강화, 추세 전환 미확정’이다.
비가 잠시 그쳤다고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7,000선 가까이 올라왔다고 하락 추세가 모두 끝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어제와 달리 여러 업종에서 함께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에도 매미 떼창처럼 반등의 목소리가 이어지는지 끝까지 지켜봐야겠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 이 글은 시장 흐름과 개인 계좌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남긴 투자 기록이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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