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멈추자 이번에는 매미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조용해질 틈이 없는 7월이다.
국내 증시도 비슷했다. 전날 장중 급등을 대부분 반납했던 시장이 오늘은 다시 강하게 올라왔다. 어제는 외국인이 혼자 지수를 끌어올리다 기관과 프로그램의 매물에 밀렸지만 오늘은 수급의 방향부터 달라졌다.
7월 23일 코스피는 7,096.89로 4.40% 상승했다. 코스닥은 5.22% 오른 790.28, 코스피200은 4.27% 상승한 1,126.33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7,000선을 되찾았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하지만 오늘 더 눈여겨본 변화는 따로 있었다.
외국인 매수가 이틀째 이어졌고, 전날 지수를 눌렀던 프로그램 매매가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도체에 집중됐던 매수세도 전력·건설·조선·방산과 코스닥으로 확산됐다.
오전까지는 반등의 질이 좋아졌다고 판단했다. 종가까지 확인한 뒤에는 추세 전환의 조건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고 판단을 조금 높였다.
아직 하락 추세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우산을 조금 접어도 될 만한 변화는 생겼다.
* 기록 기준: 2026년 7월 23일 장 마감. 국내 지수와 투자자 수급, 프로그램 매매, 환율 및 국제유가는 증권사 HTS·MTS 자료를 기준으로 기록했다. 해외 기업 실적과 지정학적 상황은 로이터 보도를 참고했다.

코스피 7,000선, 돌파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조정이다
전날 코스피는 장중 7,158선까지 올랐지만 종가에는 6,797선으로 밀렸다. 오전의 흥분이 오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오늘은 코스피가 7,096.89로 마감했다. 장중 숫자에 그쳤던 7,000선을 종가 기준으로 되찾았고 전날 오후 급락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시장 내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 코스피 상승 831개, 하락 74개
- 코스닥 상승 1,442개, 하락 252개
- 코스피 상한가 4개
- 코스닥 상한가 9개
전날에는 장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의 차이가 줄었다. 오늘은 상승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만 지수를 끌어올린 시장이 아니었다. 코스닥과 중소형주까지 반등에 참여했다.
그렇다고 코스피 7,000선이 곧바로 지지선이 된 것은 아니다. 저항선을 한 번 넘었다고 지지선 임명장을 바로 줄 수는 없다.
시장이 다시 조정을 받을 때 7,000선 부근에서 매수세가 들어오는지를 봐야 한다. 이번 회복이 진짜라면 다음 하락에서는 이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오늘 가장 큰 변화는 프로그램 매매였다
코스피 투자자별 수급은 다음과 같이 마감했다.
| 투자 주체 | 코스피 | 코스닥 |
| 개인 | -2조5,531억 원 | -2,529억 원 |
| 외국인 | +2조5,383억 원 | +1,827억 원 |
| 기관 | +563억 원 | +628억 원 |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에서 약 3조5천억 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오늘도 약 2조5천억 원을 샀다. 이틀간 순매수 금액을 합치면 약 6조 원이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멈춘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비중 확대가 나타난 셈이다.
그럼에도 오늘 가장 반가웠던 숫자는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아니었다.
코스피 프로그램 매매가 약 1조7,574억 원 순매수로 마감했다. 차익거래에서 약 428억 원을 팔았지만 비차익거래에서 약 1조8천억 원을 사들였다.
전날에는 오전에 1조4천억 원 넘게 들어왔던 프로그램 자금이 장 마감에는 약 1조2,579억 원 순매도로 뒤집혔다. 외국인이 3조5천억 원을 사고도 코스피가 0.74% 상승에 그친 이유였다.
오늘은 외국인, 기관과 프로그램이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어제는 외국인이 시장을 혼자 들쳐 업었다면 오늘은 기관과 프로그램이 옆에서 함께 들었다.
다만 이틀간의 외국인 매수가 숏커버링인지 중기적인 비중 확대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음 조정에서도 외국인이 매수하는지를 확인해야 성격이 드러날 것 같다.

알파벳의 비용이 국내 기업에는 매출 기회가 됐다
알파벳의 2분기 실적은 오늘 아시아 증시의 AI 관련주를 움직인 중요한 재료였다.
Google Cloud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한 248억 달러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2026년 설비투자 전망도 1,950억~2,050억 달러로 높였다.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수요가 단순한 기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출과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설비투자가 급증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시장은 성장 속도와 함께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같은 AI 투자라도 돈을 쓰는 기업과 그 돈을 매출로 받는 기업의 입장은 달랐다.
알파벳에는 설비투자가 비용과 현금흐름 부담이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는 HBM과 메모리 수요가 된다. 전력기기 기업에는 전력망과 배전 설비 수요가 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에는 신규 수주 기회가 된다.
오늘 국내 증시는 알파벳의 비용보다 공급기업의 수혜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AI 설비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인프라 공급기업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됐다.
알파벳 실적에서 확인한 것은 AI라는 단어의 인기가 아니었다. 실제 설비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빅테크의 투자비가 기대한 수익으로 돌아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는 매출 성장뿐 아니라 설비투자 규모, 현금흐름과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반응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반도체 혼자 달린 시장이 아니었다
SK하이닉스는 191만9천 원, 삼성전자는 27만 원으로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고 내 계좌의 평가수익률도 각각 28.99%, 11.36%로 높아졌다.
그러나 업종 상승률을 보면 반도체 외 분야의 움직임이 더 강했다.
- 에너지장비·서비스 16.39%
- 전기장비 11.53%
- 건설 9.95%
- 방송·미디어 9.27%
- 전자제품 9.06%
- 우주항공·방산 8.73%
며칠 동안 계속 확인했던 질문은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등이 다른 업종으로 퍼지는가였다.
오늘은 전력·건설·조선·방산·2차전지까지 매수세가 확산됐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순매수했다.
최근 낙폭이 컸던 반도체의 숏커버링에 머물지 않고 시장 내부에서 순환매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변화였다.
보유 종목 중 LS ELECTRIC은 22만3,500원까지 오르며 평단가 부근에 도달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86만9천 원, HD현대중공업은 49만8천 원, 현대로템은 16만6,500원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같은 반등장에서도 회복력의 차이는 컸다.
LS ELECTRIC은 시장 반등에 빠르게 반응했지만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 POSCO홀딩스 등은 아직 손실이 크다.
지수가 올랐다는 이유로 모든 종목에 물을 부을 때는 아닌 것 같다. 물타기를 열심히 한다고 수익률이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내 목표는 평단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최종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시장이 강할 때 빨리 회복하는 종목과 여전히 뒤처지는 종목을 계속 구분해 두려고 한다.

원화는 외국인을 불렀고 유가는 찬물을 들었다
원·달러 환율은 1,467원으로 전일보다 0.71% 하락했다.
전날 1,478원대였던 환율이 1,467원까지 내려오면서 외국인의 환차손 부담도 줄었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틀째 이어지고 코스닥까지 매수 범위가 넓어진 데 환율 안정이 도움을 준 것으로 보였다.
반면 원화 강세는 환노출형 미국 ETF에 불리했다.
국내 시장을 추종하는 KODEX 200TR의 평가수익률은 44%까지 올라왔지만 미국 S&P500·나스닥100·필라델피아반도체 ETF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미국 성장 전망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라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가치가 낮아진 영향이 컸다. 미국 ETF의 투자 논리와 환율 효과는 따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환율과 반대편에서는 국제유가가 시장을 압박했다.
WTI는 88.14달러로 1.51%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호르무즈해협의 불안과 후티 반군의 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위협이 겹쳤다.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주 만의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유가 상승은 기업 원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환율 안정이 외국인 수급을 밀어주고 있지만 유가는 반대편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WTI가 90달러 위에 안착한다면 주식시장은 다시 물가와 금리 상승 위험을 계산해야 한다.

여섯 가지 점검 기준의 종가 판정
며칠 동안 적용해 온 기준에 오늘 종가를 다시 대입했다.
| 점검 기준 | 7월 23일 종가 판단 |
| 기업가치·실적 | AI·클라우드 수요와 빅테크의 설비투자 지속성을 확인했다.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수요에 긍정적이다. |
| 밸류에이션 | 코스피가 7,000선을 종가로 회복했다. 다음 조정에서 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 외국인·기관 수급 | 외국인 매수가 이틀째 이어졌고 기관과 프로그램도 순매수로 돌아섰다. |
| 지수 저점 | 7월 20일 저점 이후 추가적인 저점 하락은 멈췄다. 다음 조정에서 높은 저점이 만들어져야 한다. |
| 업종 확산 | 반도체에서 전력·건설·조선·방산과 코스닥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
| 매크로 위험 | 환율은 안정됐지만 WTI 88달러와 중동 원유 수송로 불안은 계속 남아 있다. |
전날에는 외국인 수급 한 축만 좋아졌다. 오늘은 기관과 프로그램이 동참했고 업종 확산도 장 마감까지 유지됐다.
개선된 항목이 분명히 늘었다. 남은 문제는 국제유가와 다음 조정에서 만들어질 저점이다.

이제는 상승률보다 지속성을 볼 차례다
오늘의 급등으로 다음 확인 항목도 달라졌다.
첫 번째는 코스피 7,000선이다. 다음 조정에서 7,000선 부근에 매수세가 들어와야 장중 숫자가 아니라 지지선으로 인정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외국인 수급이다. 이틀 동안 약 6조 원을 샀다는 금액보다 조정이 나왔을 때도 매수가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프로그램 매매다. 오늘 들어온 1조7천억 원 넘는 프로그램 자금이 다시 매도로 돌아서는지 확인해야 한다.
네 번째는 가격의 저점이다. 다음 조정에서 7월 20일보다 높은 저점이 만들어져야 가격 구조에서도 추세 전환을 인정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반도체 실적이다.
- 7월 29일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발표
- 7월 30일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
SK하이닉스의 HBM 수요와 가격, 삼성전자의 HBM 공급 진행과 메모리 수익성이 중요하다.
실적이 좋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면 현재 기대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알파벳이 보여준 것처럼 숫자와 주가 반응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오늘의 기록
오늘은 외국인 혼자 만든 반등이 아니었다.
기관과 프로그램이 매수에 동참했고 반도체에서 시작된 자금은 전력·건설·조선·방산과 코스닥으로 퍼졌다. 코스피도 7,000선을 종가로 회복했다.
현재 판단은 ‘추세 전환 조건이 맞춰지기 시작했지만 최종 확인은 다음 조정’이다.
오늘 상승률이 크다고 따라가기보다 시장이 다시 밀릴 때 어디에서 멈추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상승하는 날의 고점보다 조정받는 날의 저점이 시장의 체력을 더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가 잠시 그쳤다고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우산을 접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볼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글을 마치며
오늘 국내 증시는 외국인·기관·프로그램 수급과 업종 확산이 함께 개선됐다는 점에서 전날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급등 자체보다 코스피 7,000선이 다음 조정에서 지지되는지,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는지, 국제유가와 반도체 실적이 시장 기대를 뒷받침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시장이 다시 흔들릴 때 버티는 힘까지 확인한 뒤 추세 전환 여부를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 이 글은 시장 흐름과 개인 계좌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남긴 투자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2026년 7월 22일 국내 증시 분석|외국인이 대규모로 샀는데도 시장이 밀린 이유
▶ 코스피 5% 급반등, 하락 추세는 멈춘 것일까
▶ 2026년 7월 21일 국내 증시 분석
▶ 『규칙파괴자』와 함께 다시 세우는 투자원칙|평균단가보다 기업가치를 먼저 본다
'국내 증시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년 7월 24일 코스피 5.72% 급락, 짜증 나는 ‘블랙 프라이데이’ (0) | 2026.07.24 |
|---|---|
| 2026년 7월 24일 국내 증시 중간 분석|코스피 7,000선 붕괴, 외국인·기관 매도의 진짜 원인 (1) | 2026.07.24 |
| 외국인 매수는 이어지고 반등은 넓어졌다|7월 23일 코스피 7,000선 앞의 기록 (0) | 2026.07.23 |
| 2026년 7월 22일 국내 증시 분석|외국인 3.5조 순매수에도 코스피가 밀린 이유 (0) | 2026.07.22 |
| 2026년 7월 21일 국내 증시 분석 | 반등은 시작됐지만,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아직 남아 있다 (1) | 2026.07.21 |